< 노 라 >
시인: 나혜석
나는 인형이었네
아버지의 딸인 인형으로
남편의 아내 인형으로
그네의 노리개였네
노라를 놓아라
순순히 놓아다고
높은 장벽(障壁)을 열고
깊은 규문(閨門)을 열고
자유의 대기 중에
노라를 놓아라
나는 사람이라네
남편의 아내 되기 전에
자녀의 어미 되기 전에
첫째로 사람이라네
나는 사람이로세
구속이 이미 끊쳤도다
자유의 길이 열렸도다
천부(天賦)의 힘은 넘치네
아아 소녀(小女)들이여
깨어서 뒤를 따라 오라
일어나 힘을 발하여라
새 날의 광명이 비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