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의 색채: 식스센스

글: 김순옥 (예술학 박사, 한국미술진흥원 원장)

‌‌감각의 색채
사람은 다섯 가지 감각(感覺) 곧, 시각(視覺), 청각(聽覺), 미각(味覺), 후각(嗅覺), 촉각(觸覺)을 통해 사물을 감지하지만, 오감(五感, The Five Sence) 이외의 감각, 일반적으로 도무지 알 수 없는 사물의 본질을 직감적으로 포착하는 심리 작용을 여섯 가지 감각이라 하여 영화의 제목을‘식스센스(The Sixth Sense)’라 하였다.
식스센스를 백과 용어 사전에서 보면 두 사람 사이에 오감을 사용하지 않고 생각이나 감정을 주고받는 심령능력을 말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하지만 영화를 자세히 보면 식스센스란 이미 사람의 오감을 제외한 것이 아니라 포함한 상태에서 느끼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것은 영화 속의 색채가 장면마다 상징적으로 잘 표현되어 암시와 함께 사람의 시각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감각적으로 이 영화의 색채는 대체로 어둡다.
죽은 사람의 모습이 보이는 고독한 어린 소년‘콜 시어(할리 조엘 오스먼드)’와 자신이 죽은 줄 모르는 정신과 의사‘말콤 크로우박사(브루스 윌리스)’의 이야기를 그린 스릴러영화이기에 그러하다.


말콤 크로우박사의 색채
한 영화를 촬영하면서 완성되기까지 대부분의 영화배우는 많은 옷을 갈아입는다.
하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 말콤 크로우박사는 첫 장면에 입은 하늘색 와이셔츠 한 벌을 영화가 끝날 때까지 입고 나온다.
물론 그 위에 한 벌의 양복과 회색코트를 걸치기도 하지만 한번도 하늘색 와이셔츠가 바뀐 적이 없다.
그것은 감독이 의도한 한 가지 색상이었다.
살아 있는 자로 착각하고 돌아다니는 말콤박사와 함께 관람객들도 죽어 있는 그를 살아 있는 자로 착각을 한다.
그러기에 마지막 장면의 충격적인 반전이 있기까지는 이미 죽어서 같은 색의 옷만 입고 다니는 그의 의상을 의심할 이유도 깨닫지 못한다.
긴장과 공포를 조성하는 스토리 속에 주인공의 연기에 몰입되면서 그의 의상 색채에는 미처 신경 쓸 겨를이 없다.
말콤 박사의 의상 색채에 대한 기억이 쉽지 않은 이유가 또 있다.
그가 죽을 때 같이 있었던 아름다운 부인의 화려하고 섹시한 광택의 와인색상 이브닝드레스에 이미 시선을 빼앗겨버린 탓이기도 하다.
말콤박사의 진한 회색코트는 지루하고 답답한 색이기도 하지만 지적이고 무난한 자극이 없는 색이기도 하다.
만약 영화 마스크의 짐케리처럼 요란한 색상의 의상을 입었더라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되기 전에 그가 귀신이었다는 것을 알아 차렸을 것이다.
의상 색채에 대한 감각적 부재가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반전의 충격을 가중시켰다.


콜 시어의 색채
늘 무서운 체험을 하면서 병약해진 콜의 역할을 마르고 하얀 피부를 가진‘할리 조엘 오스먼트’에게 맡겨 병약한 모습을 효과적으로 잘 나타내었다.

콜의 의상 색채는 다양하다.
자꾸만 보이는 섬뜩한 귀신들 때문에 밤새 잠 못 이루는 폴을 노란색 잠옷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분홍스웨터로 몸을 가리는 장면은 공포에 시달리는 나약한 어린애임을 강조하였다.
분홍은 보호 본능을 불러일으키는 색이다.
하지만 폴은 악몽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해결책을 찾아 나가는 나이답지 않는 어른스러움을 보여 주었다.
어른의 의상을 축소한 듯한 검은색과 무거운 색상의 정장을 입고 넥타이까지 하고 나오는 장면에서 이러한 점은 더욱 두드러진다.
하루를 일년처럼 무게를 느끼며 살아가는 콜을 의상의 색으로 표현하였다.
특히 콜의 자주색 상의가 인상적이다.
자주색은 직관력이 뛰어나고 영적인 대화를 하는 감성주의자가 선호하는 색이다.
콜의 자주색 상의는 영적인 것에 얽매여 지쳐있는 자신을 대변하는 색이기도 하다.


공포의 색채
빨강이 주는 공포 분위기도 영화의 스릴을 고조 시킨다.
말콤박사가 죽은 후 들어가려는 방의 손잡이가 빨간색이었다는 것과, 총에 맞은 피의 색깔, 콜이 밤에 귀신을 볼 때마다 두려움에 떨며 자신의 방에 있는 빨간색의 작은 텐트 속으로 숨는 장면은 빨강이 주는 위험과 죽음을 연상하게 하였다.
파란 조명 또한 등을 오싹하게 만든다.
그래서 공포영화의 조명은 거의 파란색으로 하얀 피부를 파랗게 질린 것으로 만들면서 불안감을 조성한다.
죽은 아이가 콜에게 무언가 건네주는 으스스한 장면도 파란색이 감돈다.
검정 또한 죽음의 상징적인 색이다.
친구들이 콜을 어두운 공간에 가두고 도망가자 빛이 들어오지 않는 검은 공간에서 공포를 느끼며 비명을 지르며 살려달라고 애원을 한다.
공포의 색이 강조되기 위해서는 적막한 가운데 어두운 조명으로 공간을 조성하여야 효과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