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아름답고 인적이 드문 시골에 자리한 일본식 목재 가옥에서 일어난 일이다. 수연, 수미 자매가 서울에서 오랜 요양을 마치고 돌아오던 날. 새엄마 은주는 눈에 띄게 아이들을 반기지만, 자매는 그녀를 꺼리는 기색이 역력하다. 함께 살게 된 첫날부터 집안에는 이상한 기운이 감돌고 가족들은 환영을 보거나 악몽에 시달린다. 수미는 계모로부터 무기력한 아버지에 대한 불만과 함께 동생 수연을 손수 챙기려 하고, 계모의 눈치를 보며 가끔 매까지 맞는 수연은 늘 겁에 질려 있다. 신경이 예민한 은주는 그런 두 자매와 번번이 다투게 되고, 아버지 무현은 그들의 불화를 그저 관망만 한다. 은주는 정서불안 증세를 보이며 집안을 공포 분위기로 몰아가고, 동생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수미였지만 결국 동생은 죽게 되고 집안 곳곳에서 무서운 일들이 잇달아 벌어지는 가정의 괴담이다.
전체적인 분위기
이 영화에서 두드러진 점은 예쁘고 다채로운 생각이다. 배경은 폐쇄적이고 복잡하면서도 직선이 주는 차가움이 가득 찬 일본식 가옥 안에 엔틱풍의 가구와 소품, 외국 왕실에서나 사용하는 화려한 아르누보풍의 벽지들과 고급스런 도자기들로 예쁜 세트를 선보였다. 하지만 천을 통해 빛과 색감이 걸러지는 조명을 사용하였기 때문에 화면 속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꽃무늬 벽지는 음울한 느낌을 주게 하여 미묘한 공포를 느끼게 한다. 전반적으로 지나치게 채도가 높은 색채는 외부로부터 고립된 집에 신경과민의 기운을 짙게 감돌게 하였으며, 깜짝 충격 효과로 영화 속 귀신들린 집에 대해 폐쇄공포증을 일으킬 만한 상황을 연출하였다. 다른 공포영화들과 마찬가지로 긴장되는 순간마다 자주 쓰이는 푸른색에서는 음산하고 우울한 느낌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검정색, 핏빛 같은 어두운 붉은색, 그리고 하양이 어눌하고 음침한 느낌을 살릴 수 있었다. 어두운 표정의 얼굴에서는 초록빛 조명을 사용하였다.
또한 계단과 긴 복도 두 공간은 전혀 다른 색감의 방과 방을 가로질러 인물의 감정변화를 표현할 수 있는 곳이다. 등장인물의 성격과 극의 진행을 예감할 수 있는 복선 역할을 충실히 수행 하였다.
집
실제로 이 집은 전남보성군에 위치하여 외딴 언덕, 숲과 저수지를 끼고 있고 주변에는 언덕 너머로 주인 없는 무덤이 가득하다고 한다. 그 곳에 영화 속 하나의 주인공 ‘귀신들린 집’이 세워졌다.
집 주변에 인가가 보이지 않고 일본식 갈색목조의 이 집은 낮에도 실내가 항상 어둡다. 장화홍련에서는 집 자체가 공포의 주인공이었다.
거실
자족들의 대화의 공간인 거실이 어두움은 차가움으로까지 이어져서 그 집 전체가 싸늘하다는 느낌을 주었다.
엄마가 자살하기 전의 집의 색은 비슷한 색이었지만 조명을 이용해 변화를 주고 있었다. 아빠의 외도로 엄마는 불행했지만 ‘엄마’의 존재가 아이들에게는 커다란 힘이 된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엄마가 있을 때 집은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부엌
이 집의 공간 중에서 가족들이 같이 식사하는 주방이 자주 비추어 진다. 집안에서 무서운 일들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장소인 만큼 정열적이며 활동적이고 긴장감을 주는 붉은 색을 띄는 바닥과 그에 비하여 안정적이고 평온한 싱크대의 녹색의 보색대비로써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이 긴장감은 후에 새엄마의 동생부부가 이 집에 초대 되었을 때 싱크대 밑에서 귀신이 나타남으로서 그 긴장감이 극대화되는 복선을 이룬다.
인물 중심의 색채
- 무현(아버지)
아버지인 무현은 무기력한 인물로서 불안한 가족관계를 해결하지 못하고 관망한다. 그 이미지는 무현의 어두운 무채색계열의 옷으로 잘 표현되어지고 있다. 수미와 수연의 엄마가 죽기 전의 무현은 머리색이 그저 평범한 아버지들과 같이 검은색에 흰머리가 희끗 희끗했을 뿐이었다. 자신감에 차있고 능동적이었던 무현이 부인이 죽고 새 부인과 딸의 갈등과 딸아이가 정상적이지 못한 행동을 보일 때부터 머리색이 회색으로 바뀌었다. 회색머리카락이 의사로서의 지적인 느낌도 주지만 어두운 계열의 옷과 함께 더욱 무거운 느낌을 주었으며, 퇴색하고 지친 인상을 강조하였다.
- 은주(새 어머니)
새엄마 은주는 수미와 대립을 이루는 인물로 마른 몸에 예민해 보이고, 어딘가 모를 병적인 광기가 있으며 심한 결벽증을 가진 인물이다.
무현의 하얀 속옷을 다른 사람이 빨았다는 것에 대한 질투로 자신이 세탁한 무현의 속옷을 바로 쓰레기통에 버리는 과민성격도 보인다.
옷 스타일은 여성스럽다. 광택이 있는 우아한 블라우스와 치마를 주로 이용하여 꽉 조이는 의상은 그녀의 편집적인 성격을 나타낸다. 주로 카키색이나 보랏빛 블라우스와 치마는 은주의 현대적이고 세련된 모습을 보여 주기도 하지만 차갑고 딱딱한 성격과 함께 조여드는 듯한 폐쇄적인 느낌을 준다. 은주방의 빨강 침대시트와 빨강 립스틱은 수미의 엄마가 자살한 것은 은주 때문이라는 사실에서 은주를 악마의 색이기도 한 빨강으로 표현한 것이다.
또한 엄마가 살아 계실 때 그 집으로 온 은주가 입고 있는 옷은 검은색이었다. 검은색 또한 악마의 상징적인 색으로서 은주가 그 가정을 깨뜨리는 악마 같은 존재라는 것을 보여준다.
- 수미(언니)
수미의 의상은 주름이 넉넉하게 들어간 원피스나 플레어스커트의 소녀풍 의상을 입고 나온다. 하지만 강한 성격을 드러내기 위하여 컬러는 주로 차가운 파랑과 강열한 빨강과 청록, 보라 등을 사용했다.
특히 청록과 보라는 무채색이 가미된 듯한 색을 써서 새엄마와 싸우며 그 속에서 동생을 지키는 역할인 수미의 강하고 냉철한 성격을 잘 드러내고 있다. 어두운 녹색은 일반 녹색과는 달리 산뜻함이나 싱그러움을 찾을 수 없다. 그리고 우울함, 고독함을 상징하는 보라색 또한 엄마와 동생을 잃은 충격 속에서 살아가는 수미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수미가 불안에 떨고 있는 수연을 감싸주는 장면에서의 침대시의 파랑은 극도의 불안감과 침울함을 잘 나타내는 색이었다.
- 수연(동생)
말이 없는 사람은 어딘지 모르게 많은 생각 속에 잠겨 있는 듯 하고 강한 느낌을 준다. 대사가 별로 없이 표정으로 연기하는 수연에게서 약한 느낌을 받는 것은 유아적 이미지를 주는 의상이 한 몫을 한다. 연한색이라고 해서 유아적 인상만 주는 것은 아니다. 의상에서 잔잔한 꽃무늬나 레이스가 유아적 느낌을 받게 한다.
또한 난색계열의 의상이라든가 순수해 보이는 화이트계열의 의상은 항상 겁에 질려 있는 수연을 더욱 유약한 모습으로 만든다.
수미와는 다르게 수연은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이나 돌아가신 후나 색깔의 변화가 크지 않다. 즉 수연은 엄마와 같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기 때문에 변화를 줄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여리고 감성이 풍부한 수연의 방은 소녀취향의 아기자기한 인형과 소품들로 가득하다. 작은 꽃문양의 벽지는 귀엽고 아늑하게 보이지만 어두운 조명으로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리고 방의 한쪽 구석에는 진한 초록빛을 띄는 오래된 목재가구가 있는데 그 속에서 수연과 친엄마가 동시에 죽기에 초록을 죽음으로 나타내었다. 실제로 가구가 초록색은 경우는 별로 없는데 죽음의 색 초록을 연출하게 위한 제작진의 섬세한 노력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