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김순옥 (예술학 박사, 한국미술진흥원 원장)
줄거리
불의의 사건으로 남편을 잃은 항공기 엔지니어 프랫(조디 포스터). 장례식을 치르기 위해 남편의 운구를 싣고 딸과 함께 자신이 설계한 뉴욕행 비행기에 탑승한 프랫은 슬픈 마음을 다독이며 잠시 잠을 청한다.
그런데 이 때 믿을 수 없는 사건이 발생한다. 잠에서 깨어나 보니 딸이 없어진 것이다. 3만 7천피트 상공의 비행기 안에서 발생한 딸의 갑작스러운 실종. 놀란 프랫은 항공기 구석 구석을 뒤지다가 기장에게 정식 수색을 의뢰한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항공기 승무원과 승객 중 아무도 딸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딸의 이름은 탑승객 명단에도 없고 방금 전 딸이 있었던 좌석은 빈 좌석이었다. 남편이 죽은 베를린의 한 병원에서는 프랫의 딸이 아빠와 함께 뛰어내려 사망했다는 사실까지 날아든다.
기내 승객들은 프랫이 남편과 딸을 동시에 잃은 슬픔 때문에 신경안정제 과다 복용으로 정신분열증을 겪고 있다고 믿게 된다. 심지어는 프랫 자신까지도 잠시 헷갈리기 시작한다. 내가 정말 미치지 아닌가 하고.
이 때부터 영화는 딸을 찾기 위한 프랫의 눈물겨운 모성애를 현대 사회의 소외 현상을 반영하기라도 하는 듯한 비행기 승객들의 무관심과 대조시키며 그려낸다. 9ㆍ11 테러 사건 이후 미국내에서 벌어진 아랍인들에 대한 집단린치를 연상시키듯 탑승한 아랍인 둘을 무조건 범인으로 지목하기도 했으나 결국 비행기의 구조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프랫에 의해서 딸이 발견되고 기내보안관의 범행이었음이 밝혀진다. 비행기의 구조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프랫을 탑승하지도 않은 딸을 인질로 폭탄을 설치하여 비행기를 납치하려고 하는 대리 범인으로 내세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려고 한 치밀한 음모였던 것이다. 결국 프랫은 아무도 믿어주지 않던 진실을 밝혀냈고 이 세상 그 무엇보다 강한 모성애로 딸을 지켜냈다. 그리고 비행기 구조에 대한 상세한 지식을 바탕으로 범인과 비행기를 한꺼번에 폭파시켜 날려버렸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적이었던 승객들의 무관심도 함께 말이다.
이 영화는 3만 7천피트 상공의 비행기라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맞은 실종사건을 두고 벌어지는 고도의 심리스릴러물이자 사람들의 무관심과 불신 속에서도 딸을 구해내는 모성애를 그린 휴먼드라마이다.
눈에 보이는 색과 보이지 않는 색···파랑
영화 ‘플라이트 플랜’의 전체적인 색상은 파랑이다.
‘프랫’으로 나오는 ‘조디 포스터’의 지적이고 날카로운 이미지가 푸른 조명으로 강조 되었다.
비행기 내부 색상도 군데군데 파랑으로 되어 있다.
파랑은 호흡과 맥박, 근육, 활동, 뇌파 등에 작용해 긴장이나 불안을 가라앉히는 등 신경 안정효과가 있다. 하지만 극도의 흥분을 파랑이 누르면서 오히려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긴장감을 조성하였다.
파랑은 정신적으로 논리력과 분석력, 통찰력을 증진시키기도 하는데 그러한 특성 때문에 화이트 컬러층과 전문가 집단에게 카리스마를 발휘한다.
고난도의 두뇌게임을 성공시키기 위해서 모든 방법을 동원한 프랫을 파랑이 대변하였다.
비행기 내에서 갑자기 행방불명된 딸을 찾기 위해서 혈안이 되어 있는 프랫이 정신이상자로 몰린 상황에서도 결코 좌절하지 않고 승리한 것도 신뢰의 파랑과 일치한다.
파랑은 신용, 통솔력을 의미하기도 하는데 생체에 작용하여 침착하게 하고 지구력을 도와주기도 한다.
불가능한 상황을 극복한 파랑은 성공의 색이기도 하다.
파랑 중에서도 특히 성공 색에 속하는 부류는 네이비 블루, 군청, 울트라 마린, 감색, 시룰리언 블루, 남색 등이다.
파랑이 가지고 있는 카리스마를 알고 활용한다면 마케팅에서도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
파랑이 연상되는 푸른눈동자의 프랫은
자제심이 강하고 논리적이며 자기 변호가 뛰어나다는 점과 냉정하고 헌신적인 면, 생각이 깊고 과감한 행동력이 있으며 현실에 대응력이 뛰어난 점들이 파랑의 이미지를 말해준다.
파랑은 단순한 억제의 색이 아니며 당연한 욕망이나 감정을 눌러 현실에 적응함으로서 결과적으로 보다 큰 만족과 성장을 얻으려는 심리에 대응하는 까닭에 자립, 독립에의 갈망을 반영하는 색이라 할 수 있다.
일본의 한 연구소에서 세계 각국의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자료에 따르면 젊은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컬러는 '파랑'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그런 파랑을 써야만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심리적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색채기호조사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여성보다 남성이 파랑을 더 좋아하는 비율이 높은 것은 사회적 활동이 많은 남성 생활이 모든 장면에서 자제를 강요받고 있는 사실이 반영된 것이다.
키가 155Cm밖에 안되는 마르고 작은 체구의 조디 포스터가 프렌역을 맡아 범인을 잡아 죽이는 과정은 여성의 모성애가 어느 남성보다 강하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그러기에 남성을 상징하는 파랑보다 더 진한 파랑으로 기억된다.
차가운 색 파랑이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만들었지만 내면에 깊게 깔린 모성애는 뜨거운 파랑이라 할 수 있다. 우리의 의식 속에 뜨거운 색은 빨강이고 불꽃은 항상 빨강이다. 어릴 적부터 불을 그릴 때는 항상 빨간 색으로 칠한다. 그러나 실제로 불꽃은 노랑 아니면 파랑이다. 강한 철을 용접할 때도 파란 불로 한다.
여러 광원의 물리적 특성을 살펴보면 광원의 색에 대한 물리적인 수치 캘빈도 (°K)로 표현 된 것이 색온도 (color temperature ) 이다.
색온도는 상승할수록 빛이 암갈색에서 주황, 노랑, 흰색, 파랑으로 변한다.
시각적으로 파랑은 빨강처럼 에너지를 느끼게 하지는 않지만 팽창하고 발산하기 보다는 수축되어 더욱 단단히 응집되는 통제적 욕구를 상징한다.
감정적으로 대처하기보다는 이성적으로 대처하려는 심리가 있다.
모든 색에는 보이는 색과 보이지 않는 색이 있다.
그것은 외형적으로 보이는 색과 내면에서 느껴지는 색이라 할 수 있다.
물리적인 색과 심리적인 색을 구별할 때 구상성과 추상성이라 할 수 있고 색에는 상징적인 표정이 있다.
이 영화에서 보이는 색 파랑은 불안과 공포 속에서 투쟁하는 프랫의 긴장한 모습을 푸른 광선으로 고조 시켰다.
죽음을 연상하는 검은 옷을 입은 프랫이 파랑으로 인해 더욱 우울하고 고독한 느낌을 주었다.
보이지 않는 색 파랑은 푸른 불꽃처럼 강한 모성애를 뜨겁게 묘사해 빨강에서 느껴지는 진한 사랑을 표현 하였다.
또한 신뢰의 파랑으로 적극적인 자기현시적 대처로 승부를 걸어 승리 하였다.
사건이 미궁에 빠지면서 변화무쌍하게 전개되는 긴박한 상황이 관객들을 긴장시키면서 조디 포스터의 빛나는 연기가 돋보인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