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채라는 재료를 사용하여 캔버스 위에 정착시키는 기법을 추구한 전형적인 유화 화가 -김인승
화가 김인승은 유채라는 재료를 사용하여 캔버스 위에 정착시키는 기법을 추구한 전형적인 유화 화가이다. 그것은 화가 김인승이 우리나라 근대회화사상 회화의 본질문제를 누구보다도 잘 다루고 성취하였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태도는 정확한 관찰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자 하는 대상을 면밀하고 정확하게 살펴보고, 그 다음에 그 주제를 어떻게 화면 위에 작품화하느냐에 고심한다. 따라서 주제를 눈에 비치는 대로 재현하게 되는데, 그 재현이 객관주의적인 진실보다는 그것에다 주관을 다분히 섞은, 그러한 새로운 리얼리즘이다. 이러한 사실계통의 작품은 사실상 오랜 세월 미술사의 주류를 이루어 왔으며 자연의 연장으로서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아왔던 것이다. 이들의 예술 이념은 어디까지나 자연을 창조의 모태로 삼고 있기 때문에, 자연보다 더 심오한 리얼리티를 표출하는 수가 있다. 다시 말해서, 방이나 집안이라는 인조공간 속에 풍경화, 인물화 또는 정물화 같은 자연재현의 작품을 도입함으로써 자연의 아름다움을 실내에 끌어들이는 것이다. 부드러운 붓의 움직임과 조화를 이룬 색감의 세계는 김인승 작품의 본질이 되고 있지만, 그것보다도 본질적인 것은 대상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뛰어난 데생력에 있다. 자연을 형태와 색채로 나눌 수 있다면, 곧 형태는 사람의 몸과 같은 것이고 색채는 옷과 같은 것이다. 화가 김인승은 이 두 가지 일을 다 잘 다루는 우수한 화가이다. (……) 그의 예술의 바탕은 일본을 통해서 받아들인 서양의 사실적인 미술기법이지만, 그의 조화로운 정신구조는 휘몰아치는 유행에 현혹되지 않고, 자신의 내부에 존속하는 고전적인 조화와 균형의 세계를 나름대로 창조해온 데에 있다. 그의 유화작품은 뛰어난 기술의 표현으로서 작가의 우수한 능력을 드러낸다. 일상생활 중의 태도가 그러하듯이 단정한 마음가짐은 질서와 조화를 작품 내에서도 이룩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화가 김인승은 한국 근대미술의 올바른 길을 걸어 왔으며 70이 훨씬 넘은 지금까지도 그 길을 꾸준히 걷고 있다. 비록 몸은 이역 땅인 미국에 있지만 조국을 향한 마음과도 같이 꾸준히 예술의 길을 걷고 있다. 천생 화가로 태어났고, 화가로 살아가는 노대가의 화업은 그의 생애를 수놓은 개인의 역정이지만, 또한 그것은 우리의 근대 회화사를 상징하는 것이다.
‘金仁承의 人間과 作品世界’, 李慶成(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