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무능력하지만 힘이 되는 수탉과 능동적인 암탉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모습을 통해 자유를 염원하는 본능과 꿈꾸는 닭 토피아를 보여 주는 영화이다.
포악하고 잔인한 여주인 트위디의 닭 농장. 이곳에서는 아침 식사 꺼리를 내놓지 못하는 암탉들은 저녁식사 테이블 위로 직행하고야 만다. 이런 끔찍한 감옥 생활을 견디지 못한 이쁜이 진저는 동료들을 설득해 '닭'의 숙명을 깨고 나오기로 결심한다.
온갖 탈출 방법을 다 써 보지만, 그 유명한 감옥 알카트라스 보다 더 철통같은 수비로 항상 잡혀 독방 신세를 면치 못하는 진저. 이곳에서 수십 마리의 닭들이 모두 함께 탈출하는 것은 그야말로 '미션 임파서블'이다.
돈독이 오른 여주인 트위디는 수입을 더 올리기 위해서 알을 팔아서 돈을 벌기보다는 닭들을 '치킨 파이'로 만들기로 결심, 기계를 구입하고 조립을 시작한다. 이때 좌절한 진저 앞에 그야말로 날아든 고독한 방랑자 날으는 슈퍼치킨 록키가 있었다.
날수만 있다면 이곳을 벗어나는 것쯤은 아무 문제도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진저는 록키에게 농장 안의 닭들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달라고 부탁한다.
생전 처음 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연습을 하던 닭들. 하지만 고독한 방랑자 날으는 퍼치킨 록키의 정체가 서커스 단원이었다는 것이 드러나고 '치킨 파이'가 될 날은 하루 앞으로 다가오는데,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닭들은 그곳을 탈출하여 치킨파라다이스에 도착한다.
제작비 4200만 달러보다 많은 광고비 4470만 달러를 쏟아 부은 이 영화는 제작기간이 무려 2년 반 동안이나 되며 수많은 점토 모델들을 스톱 모션으로 촬영하여 제작하였다.
미국 개봉시 평론가들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못지않은 극찬을 보냈다. 뉴욕 포스트의 조나산 포어맨은 이 영화를 "클레이메이션(claymation: clay animation의 복합어)의 승리"라고 칭한 후 "이 영화는 놀라운 기술적 완성품일 뿐 만 아니라 최근 나온 영화들 중 가장 위트 있고, 목소리 연기가 잘된 애니메이션이기도 하다."고 평했다.
제작 인원만 3백여 명에 2년 이상이라는 제작 기간이 소요된 작품인 만큼 < 월레스와 그로밋 > 못지않게 꼼꼼하고 손때 묻은 수작업 애니메이션의 진수를 느낄 수 있다.
빨강 - 닭의 색
이 영화는 점토로 닭을 만들어 움직임을 표현 하였다. 점토의 특성 때문에 닭의 표면이 마치 사람의 매끈한 피부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닭의 피부는 대부분 빨강으로 만들었는데 닭마다 빨강이 조금씩 다르다. 약간 진하기도 하고, 밝기도 하고, 몸의 색깔이 노랑이면 머리는 선명한 빨강으로 포인트를 주었다. 파스텔 톤에 가까운 빨강으로 다양하면서도 서로가 어울리는 색체의 예술적 감각이 돋보인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위급한 상황에서 탈출하고픈 닭들은 언제나 불안하고 자유를 염원한다. 날지 못하는 닭들의 날고 싶은 욕망은 처절하기까지 하다. 닭의 피부 빨강은 그러한 상황을 고조시키면서 놀라움과 흥분된 표정을 더욱 강조하였다. 빨강은 주목성과 시인도가 뛰어난 색이기에 같이 등장하는 쥐에게는 빨강색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고, 주인공인 닭들에게 사용했다. 빨강색은 사랑, 원기, 활동력을 상징하면서도 위험, 혁명, 투쟁을 연상시킨다.
- 위험한 색
닭들을 위협하는 포악하고 잔인한 여주인 트위디의 의상 역시 빨강색 원피스이다. 그리고 닭들을 통조림으로 만드는 무서운 기계의 파랑색 톱니바퀴에 연결된 부속장치도 모두 빨강색이다. 공포와 분노를 일으키는 위험한 색을 빨강으로 표현하였다. 그러기에 탈출을 꿈꾸며 투쟁을 결심하게 만드는 자극적인 색을 쓴 것이다. 빨강은 심리적으로 선악을 초월한 강렬한 힘의 근원으로서의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공격적인 특성도 가지고 있어서 만약 직장 내 대규모 노조가 하양색 띠를 두른 것과 빨강색 띠를 둘렀을 때의 차이를 연상하면 쉽게 이해 될 것이다. 생명의 본능과 죽음의 본능을 동시에 지니는 빨강은 이 세상에서 가장 주장이 강한 색이다.
갈색 - 닭들의 방
갈색은 중세시대동안 농부들에게 배정된 색이었다. 따라서 서민적인 검소함을 나타낸다. 갈색은 흙의 색이고, 질박한 성질의 사람과 감수성이 강한 사람들이 선호한다. 갈색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칙칙하고 따분한 것을 못 참아내는 성질 때문이다. 마치 포로수용소와 같은 닭들의 공간을 더욱 갑갑한 곳으로 표현한 것이기에 갈색을 선택하였다. 갈색은 불굴의 정신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슬픈 느낌을 주는 색이다. 그러기에 극적인 폭발을 위한 배경으로 잘 선택되어진 색이다.
조명
- 여주인 트위티의 방
검정은 악, 늙음, 침묵을 상징한다. 그러기에 오로지 돈밖에 모르는 늙은 여주인 트위티의
방은 어두운 조명으로 장식하였다. 부자가 되기 위해서라면 어떤 잔인한 행동도 주저하지 않으며 무서운 음모를 꾸미는 트위티의 어두운 방은 무거운 느낌의 공포를 자아낸다. 또한 적막과 딱딱한 불변성을 나타내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느낌을 준다. 어두운 조명과 함께 그림자가 거의 검정으로 처리되어 불길한 죽음을 암시하였다.
- 전체적인 분위기
점토로 만든 입체 모델을 사용한 ‘클레이메이션’이기에 조명의 효과는 매우 중요하고 확실한 효과를 거둔다. 파스텔 톤의 모델들이 조명의 농도에 따라 색감이 계속 변하면서 더욱 풍부한 색체로 표현되어 영화의 미적 수준을 더욱 끌어 올려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