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대영 Cha, Dae Young

‌MT INWANG 31.8x 40.9cm Oil on canvas 2016


차대영 ― 전통의 기억, 사유의 산을 그리다

차대영의 회화는 풍경을 그리는 작업이기 이전에, 시간과 기억, 그리고 인간 내면의 사유를 응축하는 행위에 가깝다. 그의 화면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산’은 자연의 재현이 아니라, 한국적 정신성과 작가 개인의 존재론적 성찰이 중첩된 상징적 공간이다. 이는 겸재 정선 이후 한국 산수화가 품어온 전통의 계보를 잇되, 동시대 회화의 언어로 재해석한 결과라 할 수 있다.¹
홍익대학교 동양화과에서 수학한 차대영은 전통 수묵과 채색화의 엄격한 훈련을 바탕으로 출발했지만, 그의 회화는 일찍이 사실적 묘사에 머물지 않았다. 초기 작업에서 자연의 색채와 형태를 비교적 충실히 담아내던 그는, 점차 색을 절제하고 형태를 단순화하며 화면을 사유의 장으로 전환시킨다. 특히 인왕산을 모티프로 한 일련의 연작에서 보이듯, 그의 산은 구체적 장소이면서 동시에 관념의 풍경이다. 화면 속 산세는 실재의 산이라기보다, 기억 속에 침전된 풍경이자 정신의 지형도에 가깝다.²
차대영 회화의 가장 큰 특징은 절제와 밀도이다. 단색조에 가까운 색면, 반복되는 능선의 리듬, 최소화된 형태는 관객의 시선을 외부 풍경에서 내부 감각으로 이끈다. 이는 단색화 이후 한국 회화가 추구해온 명상성과도 맞닿아 있으나, 그의 작업은 수행적 제스처보다는 ‘풍경’이라는 구체적 형상을 통해 사유를 조직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지닌다. 김성은 평론가가 지적했듯, 그의 작품에서 순백의 빛과 색채 대비는 단순한 조형 효과를 넘어 정신성과 내면성의 시각적 장치로 기능한다.³ 산은 고정된 대상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 속에서 끊임없이 변주되는 정신적 표상이다.
또한 그의 화면에는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고요하고 정제된 구성이면서도, 그 안에는 보이지 않는 기운과 에너지가 잠재해 있다. 이는 단순한 자연 찬미가 아니라, 자연을 매개로 인간 존재의 근원적 질문에 접근하려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장준석 평론가는 그의 자연 이미지가 “무위적 정적(無爲寂靜)의 상태 속에서 삶의 정서를 응축한 결과”라고 분석한 바 있다.⁴ 차대영에게 자연은 위안의 대상이 아니라, 인간을 성찰하게 만드는 철학적 장치다.
차대영의 작업이 오늘날 더욱 의미를 지니는 이유는, 급속히 이미지가 소비되는 시대에 그가 여전히 ‘느림’과 ‘응시’를 요구하는 회화를 고집하기 때문이다. 그의 그림 앞에서 관객은 서두를 수 없다. 화면을 따라 천천히 능선을 더듬고, 색과 여백 사이를 거닐며, 마침내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그의 회화가 단순한 풍경화가 아닌, 사유의 회화로 읽히는 지점이다.
차대영은 전통과 현대, 형상과 관념, 자연과 인간 사이의 경계에서 끊임없이 균형을 모색해왔다. 그의 산은 과거의 산도, 현재의 산도 아닌, 시간 너머에 존재하는 정신의 풍경이다. 그리고 그 풍경은 오늘도 조용히, 그러나 깊게, 우리에게 말을 건다.

출처 : 김성은, 「순백의 신성한 빛: 차대영 작가」, CNB뉴스
          장준석, 「장준석의 작가탐방 < 50 > – 차대영의 예술세계」, 경기신문(KG뉴스코리아)

‌차대영 
‌1957년, 경기도 평택

■학력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동양화과 석사

■수상
제1회 오사카 아트페어 우수작가상
1999년 제5회 마니프 서울국제아트페어 대상

■경력
한국미술협회 이사장
수원대학교 미술대학 조형예술학부 교수
수원대학교 미술대학 조형학부 교수

■소속
수원대학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