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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의 작품세계

글: 김삼랑

삼촌 1986

백남준, 그는 한 명으로 족하다.

글: 신항섭(미술평론가)

미술경기가 좀처럼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내외적인 경제적인 어려움이 미술시장을 냉각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지난 몇 년간 한국 미술시장을 지배하던 신사실주의 회화 및 사진 작업도 맥을 추지 못한다.
그런 가운데서도 현대미술 현장에서 그 세를 확장해가고 있는 것은 미디어아트이다. 그렇다고 해서 미디어아트가 상업적인 관심 및 성공의 가능성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미술시장을 이끌어갈 수 있는 주도적인 미술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도 그나마 선전을 하고 있다는 정도이다.
새로운 형태의 미술의 출현을 독려하는 비엔날레나 상업적인 목적의 각종 아트페어에서 대중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려는 목적에서 시각적인 새로운 체험을 유도하는 미디어아트를 전면에 내세우는 일이 많아진 것도 한 이유이다.
1960년대 등장한 미디어아트는 신문, 잡지, 만화, 광고 등 대중매체의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다 쓰거나 변용하는 등의 기법으로 시대상을 풍자하거나, 은유, 상징, 비판하는 새로운 형태의 대중미술이었다. 그러다가 1990년대 들어서면서 TV와 비디오라는 전자과학의 산물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형태의 미술이 등장하게 됨으로써 미디어아트는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후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미디어아트는 첨단 전자기술의 산물인 컴퓨터를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형태의 디지털 이미지들이 만들어진다. 특히 기존의 비디오는 물론이려니와 웹아트나 게임아트 등의 기술이 응용되고 컴퓨터 그래픽과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라는 일련의 상호작용을 유도하는 표현기술이 미디어아트의 대세를 이끌고 있다.
이들 미디어아트는 시각예술이면서도 기존의 피동적인 미술의 전달방식과는 달리 관람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능동적인 표현방법을 구사한다. 미디어아트라는 표현매체와 관람자의 상호작용을 통해 교감하는 식의 소통방식은 기존의 미술과는 판이하게 다른 감각 및 지적인 체험을 가능케 한다.
인간과 매체와의 보다 긴밀한 관계 속에서 작가가 제시하는 메시지를 인식하고 감지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미디어아트는 현대 전자과학이 표현할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을 통해 지적이고 감성적인 체험의 폭을 넓혀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디어아트는 시간과 공간, 비용 그리고 보존이라는 문제에서 취약점을 지니고 있다. 대중과의 보다 원활한 소통을 가능케 하였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단지 일회적인 전시로서 끝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전시장을 떠나서 일반적인 가정에 들어가는 경우는 흔치 않다. 벽면보다는 입체적인 공간을 차지하는 일이 많고, 보존관리에 어려움이 많은 까닭이다.
백남준의 경우가 말하고 있듯이 동영상 또는 이미지를 브라운관을 통해 볼 수 있는 비디오아트는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 가지 문제점을 노출시키고 있다. 브라운관이나 비디오에 사용되는 전자부품의 열화 및 고장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보여주기 어려운 것이다. 부품이나 수리가 쉽지 않다는 이유로 미술관이나 건물 내에 설치된 그의 비디오 작품의 대다수는 꺼놓기 일쑤이다. 이로써 알 수 있듯이 전자부품을 이용하는 각종 미디어 매체는 수명이나 보존 및 수리라는 문제에서 약점을 안고 있다. 그러기에 그림이나 조각처럼 일반화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미디어아트가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우리들이 살고 있는 현실적인 상황, 즉, 현실적인 삶을 직접적으로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볼 때 시대감각을 정확히 반영하는 미술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또한 미의 세계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함으로써 우리들의 미적 감각 및 미의식의 폭을 넓히는데 일조를 한다.
어차피 창작이란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미적 가치 및 질서를 만들어내는데 있다고 했을 때 전자과학문명을 상징하는 미디어아트야말로 현재의 세상을 상징하는 예술적인 창인 셈이다. 전자과학문명이 지배하는 오늘의 인간사회 그 단면을 재단하는 상징적인 미술의 한 장르인 것이다.
이런 여러 가지 문제점으로 인해 미디어아트는 대중화, 또는 일반화되기 어려운 미술양식임이 분명하다. 시각적인 충격을 안겨주는, 전시적인 효과는 크지만 우리들의 일상적인 삶에 밀착될 수 없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