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의 환상적인 세계를 펼치는 김일해 화백
글: 신항섭(미술평론가)
김일해 화백은 남다른 감성적인 그림으로 주목 받아온 그는 재현적인 구상회화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는데 기여 했다. 무엇보다도 과슈화 처럼 부드럽고 밀착력이 강한 독특한 표현 기법으로 유화의 잠재적인 표현력을 일깨워 줌으로서 독자성을 인정 받을 수 있었다. 물론 거기에는 타고난 감각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리드미컬한 터치가 뒷받침이 되고 있다. 주저함 없이 한달음에 완결되는 듯한 매끄러운 호흡으로 만들어 내는 그의 유화는 한마디로 감칠맛 나는 시각적인 즐거움이 있었다. 더러는 춤추는 듯한 흐름을 가진 붓자국이 선명히 남아 감정의 실체를 읽을 수 있을 정도였다. 그의 미적 감각은 순수미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무엇보다도 색채 선택에서 독특한 시각을 보여 준다. 풍경이든 정물이든 현실 색에 얽매이지 않고 자의적인 색채 배열로 현실로부터 독립된 회화적인 공간을 만들어 내는데 특별한 감각을 가지고 있다. 그가 만들어 내는 색채이미지는 패셔너블 한 세련미로 요약된다. 보색대비의 강렬함은 물론이요, 중간 색조의 은근한 조화 그리고 미점의 활용 등에서 패션의 감각을 발휘한다.
그래서일까, 그의 색채이미지는 한마디로 현대라는 시대 감각에 일치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아울러 색채가 사라진 부분에는 자연히 추상적인 공간이 들어 앉게 된다. 거기에는 구체적인 이미지가 없으니 색상의 내왕이 자유롭다. 투시되고 투과되며 동시에 투영되는 공간으로서의 기능을 하게 된다. 상상의 여지가 있는 공간인 것이다. 그는 무엇을 나타내는 일로부터 무엇을 감추고 내포시키는 일로 조형적인 사고를 진전 시키고 있다. 그렇다 그의 그림은 실재를 통한 회화적인 환상의 서정적인 아름다운 물체로 여전히 우리의 감성을 자극한다. 그의 그림에는 문학적인 은유가 담겨 있다. 눈으로 읽혀지는 감각적인 표현에서 의식을 투영 시키는 내면적인 표현 방법을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여운이 길다. 간단히 시 지각 만으로 간취되지 않는 무엇이 있다. 그 무엇은 우리들 개개인의 지식과 체험과 상상에 의해 조합되는 내적 의미임을 말할 나위도 없다. 현실너머 저쪽에 존재 하며 우리들이 공감할 수 있는 회화적인 환상의 세계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